불안장애가있긴하지만퇴사는안할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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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아니면 뭐 어때 by 한 대리 작가아하 에세이 2021. 2. 10. 09:30
매 년 돌아오는 한 해 목표 수립을 위한 면담 시간이었다. 부장이 자기 앞에 가지런히 내려놓은 종이들 위에는 우리 부서원들 각자의 다짐들이 적혀있었다. 그중 유독 한눈에 보기에도 텅 비고 무성의해 보이는 종이가 바로 내 것이었다. 조금 머쓱해져서 공연히 귀를 긁어대는 나를 발견한 부장은 노트로 종이를 가렸다. 한 대리 올해 다짐은 참 심플하네. 일하다가 어려운 거 있으면 얘기하고요. 네… 도망치듯 자리로 돌아와, 내가 하는 말이라면 언제든 무엇이든 그렇다고 해주는 참을성 좋은 친구 연의 이름을 급하게 찾아 말을 걸었다. 너희도 한 해 시작할 때 업무 계획 같은 거 세우니? 어차피 맨날 똑같은 일 시키면서 무슨 계획을 세우라고 하는건지 모르겠네. 진짜 무의미하지 않아? 어쩐 일인지 연은 답이 없었다.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