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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읽다 보면 마음이 호로록 풀리는 책 3
    아하 꾸러미 2021. 8. 24. 17:57

     

    퇴근을 하고도

    퇴근을 하지 못할 때가 있다.

     

    집까지 회사의 기분이 연결될 때면,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야 하는가' 생각에 괴롭다. 사실 알고 있다. 이런 기분은 회사를 다니면 옵션처럼 당연히 드는 감정이고, 또 금방 사라질 거라는 걸. 하지만 유난히 기분이 꼬이다 못해 엉켜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날엔 도움이 필요하다. 맛있는 저녁을 먹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퇴근 후를 최대한 평온하게 보낼 수 있는 무언가가.

     

    이런 날엔 마음이 호로록 풀리는 책의 도움을 받으면 좋다. 물론 책을 읽는다고 마음이 다 괜찮아지진 않겠지만, 그래도 한 페이지씩 넘기다 보면 풀리지 않을 것 같던 응어리가 사르르 풀릴지도 모른다. 퇴근하고도 여전히 회사에 있는 기분이 들 때, 읽다 보면 마음이 호로록 풀리는 세 권의 책을 소개한다. 🐑 written by 루비 

     

     

     

    불안장애가 있긴 하지만 퇴사는 안 할 건데요

    에세이│한대리 지음│2018

     

     

    팀 단톡에 기획안 의견을 물어야 할 때면 이상할 만큼 불안하다. 나름 열심히 준비한 일이고, 또 팀원들이 부정적인 피드백만 할 리 없는 걸 알면서도, 불안해서 '바쁘시겠지만, 기획안 좀 살펴봐 주세요'라는 말을 한참 보낼까 말까 고민한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늘 의연하게만 보였던 팀 선배도 나처럼 불안할 때가 있다고 해서 큰 위로를 받은 적이 있다. '잘하고 있어'라는 말보다 '나도 그랬어.'라는 선배의 말 한마디가 진심으로 위로가 되었다. 두려움을 나눈다고 반이 되진 않지만, 그래도 적어도 조금은 가벼워진다. '나만 이상한 사람이 아니야'라는 도장을 받은 기분이 들어서일까.

     

    『불안장애가 있긴 하지만 퇴사는 안 할 건데요』는 실제로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n년차 직장인인 한대리가 회사에서 살아남은 고군분투를 담은 에세이다. 이 책의 저자인 한대리도 겉으론 멀쩡한 척, 불안하지 않은 척하지만 속으로는 작은 일에도 바들바들 떨고, 온갖 걱정에 혼자 매일 끙끙 앓는다.

     

    때로는 불안함이 너무나 커서 회사조차 가지 못했다는 한대리는 긴 불안을 겪으면서 결국 이렇게 말한다. '어떤 일로 다른 사람이나 또는 나에게 실망하는 날이 있더라도 그 늪에 계속 빠지지 말고, 잠시 잊어버리자'고. 불안함은 빠지면 빠질수록 우리를 잡아먹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하니까.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겉으론 멀쩡해 보인다. 그래서 나만 빼고 모두 다 잘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대의 마음은 열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나처럼 불안함을 안고 있을지, 얼마나 힘든지, 도망치고 싶진 않은지. 한대리의 불안한 회사 생활을 읽다 보면, 괜히 내 모습 같아서 쓸쓸하면서도 위로가 된다. 마치 '나도 그래. 너 혼자만 그런 거 아냐'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화가 호로록 풀리는 책

    그림책│신혜영 글, 김진화 그림│2019

     

     

    사실 '화'라는 감정을 늘 피하기 바빴다. 기분이 나빠도 '화를 내서 좋은 게 뭐가 있냐'고, 또 '뭘 이런 거로 화까지 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분출되지 못하고 쌓인 감정은, 어느 날 갑자기 예상치 못한 순간에 엄청난 크기로 돌아오곤 했다. 과하게 잔뜩 쏟아내고는 '왜 이렇게까지 화를 냈지?'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부끄러움을 느끼곤 했으니까.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부터 '화를 잘 내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잘 참으면 '좋은 아이'였지만, 화를 내거나 부정적인 표현을 하면 '이상한 아이'라는 또 다른 이름표를 달곤 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우리에게 가장 필요했던 건 참는 능력이 아니라, 외부의 자극을 잘 정리하고 건강하게 풀어낼 능력이었을지 모른다.

     

    『화가 호로록 풀리는 책』 동화책엔 첫 장부터 화가 잔뜩 난 아이가 등장한다. 아이의 엄마는 아이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공감해주며, 화를 풀 수 있는 귀여운 방법을 하나씩 알려준다. 정말 속상하고 화가 날 때는 그냥 엉엉 울어, 두 눈을 꼭 감고 1부터 100까지 세어 보자, 아니면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아이스크림을 먹어보자 하면서.

     

    좋아해, 고마워, 기뻐. 행복한 감정이 그 안에서 다양하듯, 분노도 사람마다 느끼는 모양과 깊이가 다르다. 표현되는 방법도, 또 그것을 해소하는 방법도. 발을 구르며 소리를 치며 즉각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이 있듯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감정을 긍정적인 모습으로 대체하는 방법도 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 왜 내 마음을 대하는 일에는 편견을 갖고 있었던 걸까. 어쩌면 화를 푸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게 아니라, 화라는 감정을 건강하게 풀 기회를 주지 못한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회사에서 불쾌한 말을 듣거나, 이유 없이 내게 눈을 흘기는 다른 팀 사람을 마주해서 온종일 기분이 찜찜할 때. 나는 집에 돌아와 이 가볍고 귀여운 책을 펼친다. 그리고 베갯잇에 고개를 박고 엉엉 울다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꺼내 침대에 누워서 먹는다. 화가 나는데 이 화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모른다면, 일단 내가 감정을 꺼낼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재촉하지 않고, 괜찮아 괜찮아 기다려주면서.

     

     

     

     

    멀쩡한 어른 되긴 글렀군

    에세이│김고은│2020

     

     

    서른 쯤 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어렸을 땐 정말로 서른 쯤 되면 내 소유의 오피스텔 하나에 멋진 자가용가 있을 줄 알았고, 매일 어디론가 바쁘게 전화하며 커뮤니케이션하는 능력 있는 사람이 될 줄 알았더니만... 현실은 상사의 작은 말에도 움츠리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하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이러려고 어른이 되었나'하는 생각이 들 때면, 어린 내게 미안해질 때도 있다.

     

    그때 다시 짱구를 만났다. 어렸을 적 투니버스에서 해주던 그 짱구 만화 속 짱구 말이다. 엉뚱하고 재치 있고, 그래서 보다 보면 즐겁던 짱구. 하지만 어른이 되어 만난 짱구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야!'라고 예전과 똑같이 외쳐도, 이전과는 좀 다르게 보인다. 짱구와 나 사이에 달라진 건 오직 나뿐인데, 짱구는 아직도 5살에 머물러 있다. 새삼 내가 짱구의 엄마 미선이 얼마나 고될지 생각하는 나이가 되어버린 탓이다.

     

    『멀쩡한 어른 되긴 글렀군』은 우리가 아는 그 '크레용 신짱' 만화 원작에 어른들을 응원하는 짱구의 인생철학을 함께 엮은 책이다.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짱구의 말은 의외로 나를 콕콕 찌른다. 작은 것에도 불안해하는 내게 '뭘 그렇게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해? 나는 그냥 재밌어서 하는 건데?'라고 말하고, 그냥 무작정 다 그만두고 도망하고 싶은 내게 '지금 힘든 사람 모두 힘 빼요. 힘을 빼는 순간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떠오를 거예요'같은 풍선 같은 말을 툭 던지곤 한다.

     

    달라진 건 나뿐인 세상, 익숙했던 모든 말이 새롭게 들린다. 때로는 그 어떤 말보다 이런 시덥지 않은 말들이 필요하다. 사소하고 우습고, 우스워서 맥없이 픽 웃게 만들어 버리는 말. 답답한 기분 앞에서는 '다 잘 될 거야!'라는 어설픈 위로보다는, 어뚱하고 거침없는 솔직한 위트가 필요하다. 5살 꼬마가 별생각 없이 하는 말 같으면서도, 아이만이 가질 수 있는 당당함과 자신감. 때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이렇게 당연한, 하지만 쉽게 만날 수 없는 탱탱볼 같은 말이 아닐까. 여전히 해맑은 짱구를 보며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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