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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른 직업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책
    아하 꾸러미 2022. 6. 13. 14:42

     

    출근하고 퇴근하고 다시 출근하고. 매일 같은 일과가 반복되다 보면, 나만 혼자 제자리에 머무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땐 시선을 돌려 (나와 조금은 비슷하지만) 다른 일을 하는 이의 고민을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에겐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누군가에겐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으니까. 🐑 written by 루비

     

     

    책 번역가의 고민들 <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

    처음 이 책에 끌린 것은 다름 아닌 제목 때문이었다. 아름답게 어긋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다음은 '번역은 내가 글이 되는 과정인 것 같아. 사랑한다는 건 그런 거니까'라는 카피 문구 때문이었고. 외국 소설을 읽으면서 페이지 너머의 '번역가의 고민'은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그들의 세계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궁금했다.

     

    <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는 두 번역가가 '번역'에 대한 사랑, 섭섭함, 비하, 슬픔을 담아, 서로에게 주고받은 편지를 옮긴 책이다. 번역이란 외국의 언어를 우리 언어로 번역하여 옮기는 일이지만, 그 '일'이란 단어 속엔 더 많은 의미와 마음과 고민이 들어있음을 이 책에서 엿볼 수 있다. 한 번도 표면 위로 올라오지 못했던 번역가의 낮은 임금에 대한 이야기, 저자 옆에서 작은 이름으로 남는 것에 대한 감정, 지금껏 언어의 세계에서 이루어졌던 차별어에 대한 씁쓸함, 육아와 일을 함께 해내는 이야기,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과 글에 대한 사랑이야기 말이다.

     

    아름답게 어긋나기 위해선 우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특히나 원문이 있는 글을 번역하는 일에선 더 그렇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알게 되었다. 어떤 단어가 더 설득력 있을까, 어떤 문체로 이야기해야 원문에 더 가까울까, 하는 번역가의 고민은 때로는 과감함을 때로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문장 사이사이에 담긴 아름답게 어긋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어쩌면 글을 번역하는 일이란 결국 이 문장으로 맺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더불어 이런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두 번역가의 우정이 부러웠다. 조심스럽게 고른 것 같은 단어를 볼 때면 서로에 대한 배려가 느껴졌다. 같은 업계에서 오래, 함께 일했기에 말하지 않아도 이해되는 마음이란 얼마나 단단한지, 읽는 사람에게도 자연스레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 몇 달 전에 네가 번역한 지아 톨렌티노의 《트릭 미러》를 읽다가도 그런 일이 있었어. “벨벳처럼 그윽하다”라는 표현이 있더라고. 콜로케이션에서 벗어난 신선한 비유인데 그 자리에 적절히 어울리고 아름답더라. (...) 만약 저자가 의외의 이미지를 썼다고 하더라도 그걸 아름답게 어긋 난 상태로 남기려면 번역가가 용기를 발휘해야 했겠지. p.98

     

     

     

    내일의 출판은 어떻게 될까? <언캐니 밸리>

    출판업에 몸 담고 일하면서 '내일의 출판은 대체 어떻게 될까?'를 자주 고민한다. 뉴스나 잘 모르는 사람들이 출판업은 사양 산업이라며 쉽게 자조적인 말을 하는데, 정작 그곳에서 일하는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어렵다. 대체 사양 산업이란 무엇인가, 결국 언젠가 사라질 무언가를 위해 우리는 오늘을 보내는 것인가-하는 표현하기 어려운 섭섭한 마음이 든다.

     

    <언캐니 밸리>는 미국의 한 출판사에서 일하던 주인공이 미래가 밝아 보이는 실리콘 밸리의 한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멀리서 본 실리콘 밸리는 출판사가 가지고 있던 고질적인 문제를 초월한 이상적인 조직처럼 보였지만, 중심으로 가까워질수록 주인공은 그곳에서 지독한 편견, 맹목적인 효율성, 능력주의 등을 정확히 목도하게 된다. 신세계처럼 보이던 초현실적인 화려함 뒤에는 사회의 어두움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 책의 제목은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 불쾌한 골짜기)가 되는 것이다.

     

    사실에 기반한 논픽션이지만, 현실성 가득한 내용에 에세이 같다는 착각을 받았다. 특히 주인공이 이직을 하기로 결심하는 과정에서 고민하는 요소들이, 여전히 어깨 너머로 들려오는 다른 이들의 고민과 일치해 놀라웠다. 일하는 방식의 올드함, 과한 업무량, 그에 비해 적은 임금. 더불어 책이 예전처럼 팔리지 않는다는 디테일한 고민들은, 나를 포함한 우리나라 출판업계 노동자들의 보편적인 고민인 것 같아 위로가 되기도 했다.

     

    때론 내일의 나는, 내일의 우리는 어떻게 될까 고민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비슷한 고민을 먼저 하고, 또 내가 가본 적 없는 길을 갔다는 누군가의 이야기는 큰 도움이 된다. 나에게 이 책은 단순히 실리콘 밸리를 향한 고발보다는, '이런 방향으로 나설 수도 있다'는 한 가지 길처럼 읽혔다. 수많은 이야기가 담긴 책 속에서도 '책에 대한 주인공의 고민과 애정'을 먼저 읽는 건, 아마 내가 여전히 책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일 아닐까 생각해 본다.

     

    🔖 실리콘 밸리는 하나의 행동 양식이자 사상이었고, 팽창인 동시에 소멸이었으며, 축약된 세계이자 의미심장한 증상이었다. 꿈이었고, 어쩌면 신기루였다. 사람들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실리콘 밸리로 퇴근하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그 반대가 맞는지도 모호해졌다. 양쪽 모두 사실인 듯했다. 전체 노동 인구 가운데 테크 노동자는 10퍼센트 남짓이었지만 영향력은 그 이상이었다. 도시는 계속해서 변화했고 사람들은 계속해서 밀려들었다. 미션 디스트릭트에는 갓 도착한 외지인들을 겨냥한 전단지가 덕지덕지 나붙었다. ‘테크 일자리는 벼슬이 아닙니다. 공공장소에서 정중하게 행동하세요. 천박한 출세주의를 드러내지 마세요.’ p.333

     

     

     

    정말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는 삶 <작고 단순한 삶에 진심입니다>

    얼마 전 이사를 했는데, 원룸에서 투룸에나 있을 법한 짐의 양이 나오는 걸 보며 생각했다. 나는 집에 살고 있는 게 아니라, 물건의 집을 잠시 빌리고 있는 거였구나. 서랍 속 숨어있는 짐을 다 꺼내 방 한 가운데 쌓았더니, 짐 탑에 기가 눌렸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 싶어 반 이상의 물건을 팔고 정리했다.

     

    <작고 단순한 삶에 진심입니다>를 읽으며 무릎을 딱 쳤다. 그래, 나도 이렇게 살고 싶었어! 이 책의 저자는 부부로, 24평 주택에서 8평 원룸으로 이사를 한다. 작은 부엌에선 원플레이트 요리만 하고, 여름 티셔츠도 몇 가지만 구비해 입는다. 그러며 더 작고 단순한 삶,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단단함을 세우는 삶을 향해 용기 있게 나아간다. 진솔하게 써 내려간 미니멀한 삶으로 가는 시작과 과정을 읽다 보면, 내가 서랍 속에 쌓아두고 꺼내 보지 않았던 짐들을 하나씩 더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작은 방에서 주어진 것들에 충분한 기쁨을 누리며, 각자의 보폭에 맞추어 삶을 살아간다. 여행 중 배운 북 바인딩을 작업실에서 시간을 들여 하기도 한다. 좋아하는 일을 지치지 않고 계속하기 위해 하루 네 시간 이상은 일하지 않는다. 자신의 보폭에 맞는 시간대로 일하고 쉬며 운동을 한다. 그러며 인생에 꼭 필요한 행복을 남긴다. 행복해 보이고 싶은지, 아니면 정말 행복해지고 싶은지는 각자의 선택임을 기억한다.

     

    꼭 필요한 것들로 채우는 그들의 삶은 내가 언젠가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삶이었다. 내가 꿈꾸고 있는 방향으로 먼저 나아가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해도, 나의 시선이 한 폭 넓어지는 것 같다. 더불어 두 저자가 책을 출간하는 과정을 블로그에 연재했는데, 함께 읽으면 이 책의 이야기들이 더 풍부하게 다가온다. 여기를 클릭해 작가님들의 출간 뒷 이야기를 꼭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 우리는 무엇이 되기 위해 애쓰지도 않았고, 무엇을 해야 해서 억지로 하지도 않았다. 그저 마음의 소리를 따라 몸과 마음이 편안한 쪽으로 흘러왔을 뿐이다. 그렇게 살다 보니 우리 삶에 불필요한 물건뿐 아니라 마음을 짓누르는 과거의 기억, 어찌할 수 없는 타인의 시선, 걷잡을 수 없는 복잡한 생각들을 덜어내고, 우리에게 꼭 필요한 알맹이만 남길 수 있었다. p.6

     

     

     

     

    📚 소개된 책 더 알아보기(클릭하면 이동해요)

    - 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

    - 언캐니 밸리

    - 작고 단순한 삶에 진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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