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릿속에 없는 건 현실에도 없다’ 인풋 정리 노하우아하 스토리 2025. 5. 14. 18:00
‘내가 가진 것 중에 정말 내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얼마나 될까?’ 과연 우리는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 중 무엇을 내 것이라고 인지하고 사는지 그리고 그것들 중 내가 직접 써보고 활용한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 하물며 다른 사람들이 흘려놓은 것들을 주워 나름의 내 것으로 만들어본 경험이 단 한 번이라도 있는지. 온전한 내 것이 될 수 있는 건 무엇일지를 확인하는 것은 성장을 위한 태도와 습관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물건을 들일 땐 정해진 날이 없지만 버릴 땐 반드시 정해진 날이 있어야 한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우리 주위만 둘러봐도 대상과 이유를 불문한 채 뭔가를 수집해놓으려 애쓰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중엔 일단 카메라 렌즈부터 들이밀며 찍어놔야 안도감이 드는 사람도 있고, 저처럼 메모를 비롯한 기록의 형태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으며, 어떤 콘텐츠든 스크랩 버튼 먼저 눌러 저장해야 하는 사람, 실물이 있는 거라면 아예 가져다 자기 옆에 두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도 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그 의지가 표출되는 순간들을 보고 있으면 자신의 삶을 대하는 애정 또한 함께 느낄 수 있어 작은 경이로움이 전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정리의 여왕이라 불리는 곤도 마리에는 “물건을 들일 땐 정해진 날이 없지만 버릴 땐 반드시 정해진 날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방법을 무형의 인풋들에까지 적용해 볼 수 있다면 집 안 구석구석처럼 머릿속 구석구석도 잘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 건 현실에도 없다고 생각하세요.”
곤도 마리에는 수년 전 한 록 가수에게 집을 정리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엄청난 맥시멀리스트였던 그는 본인도 집 안에 옷과 액세서리가 넘쳐난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옷을 너무 좋아하는 나머지 매번 사 모으기만 할 뿐 버리는 것에는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아 그녀에게 SOS를 요청했다. 그런 그에게 곤도 마리에는 먼저 옷과 액세서리가 많아서 좋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러자 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옷이 많으면 멋을 낼 수 있는 조합이 다양해지니까요!”라며 당당하게 대답한다. 꽤 설득력 있는 그의 주장에 곤도 마리에는 이렇게 말한다.
그럼 그 조합은 어떤 방법으로 고르시나요? 혹시 옷장을 열고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여기에는 이게 어울리겠군!’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그리고 가끔은 ‘맞다. 이런 것도 있었지’ 혹은 ‘내가 이런 걸 샀었나?’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으시죠? 좋은 조합을 위해 옷을 모은다고 해놓고선 본인조차 그 조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면 앞뒤가 안 맞지 않나요? 당신이 가진 그 패션 센스를 100퍼센트 활용하려면 우선 당신의 머릿속에서 이미 그 조합들이 완성되어야 합니다. 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 건 현실에도 없다고 생각하세요. 그게 정리의 기본이고 활용의 기본입니다.
마치 ‘인풋이 많으면 좋은 기획을 할 수 있는 조합도 다양해집니다. 다만 한 번이라도 내 힘으로, 내 머릿속에서 정리해보지 않은 인풋이라면 멋진 아웃풋으로 변환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라는 말로도 들리지 않는가.
그러니 뭔가를 수집하는 그 과정이 즐거운 것과 이를 잘 정리해서 활용 가능한 자원으로 바꿔놓는 것 사이의 개념을 구분한다면, 적어도 ‘나는 이렇게나 열심히 모으고 기록하는데 왜 매번 아이디어가 부족할까?’라거나 ‘담아두고 저장하는 건 너무 즐거운데 꺼내고 써먹는 건 항상 고역이다’라는 생각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지도 모른다.◾ 인풋 정리 노하우
- 버리기 위한 시간
예를 들면, 일요일 저녁 9시를 이른바 ‘버리는 시간’으로 정한다. 일주일 정도만 지나도 언젠간 읽겠지 하는 마음으로 저장해둔 각종 아티클이며 다 필요할 때가 있을 거야 하는 헛된 기대로 모아둔 자료들이 쌓일 것이다. 곤도 마리에의 화법을 빌리자면 아까워서, 추억이 있어서, 언젠가 입을 것 같아서, 나중에 필요한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 모아두는 쓸모없는 옷들에 해당하는 인풋인 셈이다.
- 스테이풋(stay-put)
사진이든 영상이든 텍스트든 그 유형을 가리지 않고 딱 세 가지 폴더로 분류한다.
① 반드시 저장해두고 꼭 기억해야 할 자료들
② 아주 중요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조금 더 가지고 있어도 괜찮을 자료들
③ 굳이 더 이상 담아두거나 소장하지 않아도 될 자료들
이렇게 한 주간 쌓인 인풋들을 정리하다 보면 의외로 ①번에 해당하는 것들이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①번 항목으로 분류할 자료들을 정할 때 나중에 어디에,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를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면 생각보다 이 물음에 답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꼭 보관하고 싶은 인풋이라면 일단 어떻게 아웃풋으로 만들어볼 수 있을지부터 생각해보게 된다. 활용처를 먼저 고민하다 보면 이게 내게 왜 중요한 것인지 더 분명하게 짚고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②번과 ③번의 항목을 가를 때는 좀 더 냉정한 가름이 필요하다. 뭔가를 잘 정리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혹시나 나중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라는 그 마음 하나 때문에 많은 것들을 ②번 항목에 쌓아두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폴더에 쌓이는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인풋에 대한 정리는 훨씬 더 어려워진다. 따라서 ②번 폴더는 질보다는 양으로 관리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②번에 해당하는 자료는 늘 100개 수준으로만 관리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어쩔 수 없이 ③번으로 이동시켜야 할 것들이 더 잘 보일 수 있다. 그리고 이 총량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나에게 진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다시 ①번으로 옮길 수도, 과감히 버려야 할 것들에 대해선 적절히 잘 솎아낼 수도 있게 될 것이다.나에게 들어오긴 했지만(input) 그게 아직 어떤 결과물(output)로 활용될지는 모르는 단계니까 잠시 내 곁에 머무는 것들이라는 의미로 위 세 가지 폴더를 합쳐 ‘스테이풋(stay-put)’이라고 이름 붙였다. 인풋과 아웃풋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만 갇혀 있던 차에 그사이 틈을 비집고 새로운 공간 하나가 마련된 순간이었다. 그리고 스테이풋이 늘어남에 따라 ‘이제 정리해야 할 때가 왔구나’라는 생각과 더불어 ‘이걸 활용해서 뭔가를 만들어내야 더 의미 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까지 연결되었다.
스테이풋 폴더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작게나마 내 것에 대한 실마리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 내가 원해서 내 손에 쥔 것. 그리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한 번쯤은 고민해본 것. 무엇보다 그게 나에게 속해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고, 과감히 정리해야 하는 결단의 순간에도 매번 존재 이유를 확인할 수 있는 것. 나와 일정 기간 함께하며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고민해본 대상이라면 비로소 진짜 내 것으로 한 걸음 더 다가와주는 건 아닐까 싶다.
📍 출처: 기획의 말들 - 희미한 질문들이 선명한 답으로 바뀌는 순간
본 사이트에 게재된 콘텐츠는 (주)위즈덤하우스에서 관리하고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되는 저작물입니다. 사전 동의 없는 무단 재배포, 재편집, 도용 및 사용을 금합니다. aha.contents@wisdomhouse.co.kr
'아하 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뭘 알아야 제대로 된 회고를 하지요?! (2) 2025.05.14 실패에서 제대로 배우는 법 3가지 (1) 2025.04.16 실패가 아니라, 실패한 것 같은 느낌일 뿐 (1) 2025.04.16 나를 돋보이게 해줄 커리어 브랜딩 글쓰기 3단계 (0) 2025.04.02 커리어 브랜딩, 내 일에서 존재감을 갖는 것 (0) 2025.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