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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자신의 그릇된 판단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
    아하 스토리 2021. 3. 8. 10:42

    차마 들춰내지 못한 심중을 살피는 일

     

    @katerina-jerabkova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는 20세기 위대한 사상가 중의 한 사람으로 현대 심리학의 시조입니다. 그는 젊어서 의식과 잠재의식을 구분하는 학설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사람의 심리 활동에는 충분하게 관찰할 수 있는 영역이 있는 반면 관찰할 수 없거나 관찰하기 아주 어려운 지점이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전자는 의식 범주에 속하고 후자는 잠재의식 혹은 무의식 범주에 속합니다. 평상시 우리들이 이성적이지 않다고 여기는 욕망이나 사회 규범에 반하는 충동은 항상 그 싹을 드러낼 때마다 곧바로 억압되어 점차 우리의 의식 속에서 소멸하고 잠식된다는 이론입니다.

    프로이트는 잠재의식에 남아 있는 것들은 쉽게 관찰하기는 어렵지만 사람들의 성격에는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가장 강력한 욕구를 반영하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사람들의 행위 방식을 강하게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개인의 잠재의식 안에 있는 욕망을 풀어놓으면 놓을수록 마음 깊은 곳의 억압은 점차 감소하게 되고 성격이 더욱 건강해진다는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한 개인의 잠재의식에 자리 잡은 욕망이 한 차례 좌절과 억압을 받게 되면 그의 성격은 쉽게 왜곡된다는 것입니다. 가장 극단적인 상황이 바로 인격 장애이고, 정신병입니다. 잠재의식에 자리 잡은 욕망은 자주 비정상적인 것, 즉 이성적이지 않거나 사회 규범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여겨져 억압되기 때문에 사람들의 성격에는 어느 정도 건강하지 않는 요소가 있게 마련입니다.


    프로이트가 정신병을 치료한 방법 중 하나는 환자가 꿈속에서 지난날 겪었던 일들을 말하게 한 후 환자의 마음을 억압하는 근원을 정확하게 인식하도록 도와주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환자의 속마음을 억압하던 것들이 사라지자 자연스럽게 건강이 회복되었습니다. 나는 프로이트가 제시한 것처럼,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오랫동안 감히 직면하지 못하여 풀어지지 않은 응어리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억압된 응어리들이 성격의 정상적인 발전을 해치고, 심신의 건강이 파괴되어도 자각하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마음속에서 과거 감히 대면하지 못한 것들을 끄집어내어 의식적으로 그것을 직시하려고 노력하고, 나아가 이성적인 심리 상태로 그것을 대할 줄 알게 된다면, 훌륭한 자성의 방식을 경험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심리치료가 하나의 전문 분야가 되어 유행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프로이트 등이 개창한 현대 심리학의 기초 위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내면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명대 유학자 여곤呂坤의 《신음어》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습니다. 

     

    눈이 흐려져서 눈앞이 어른거릴 때는 무엇을 보아도 잘못 보게 되고, 

    귀에 병이 있어 귀울림이 있을 때는 무엇을 듣더라도 잘못 듣게 된다. 

    마음속에 어떤 사물에 대한 선입견이 있을 때는 무엇을 처리할 때도 잘못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까닭에 마음이라는 것을 비워두는 것이 중요하다.


    [目中有花則視萬物皆妄見也, 耳中有聲則聽萬物皆妄聞也.
    心中有物則處萬物皆妄意也, 是故此心貴虛.]

     



    여곤(1536~1618)의 자는 숙간叔簡이고, 호는 심오心吾 또는 신오新吾이며 스스로를 포독거사抱獨居士로 불렀습니다. 명대 만력萬曆 연간 진사進士가 되어 관직은 좌시랑左侍郞에 이르렀습니다. 《신음어》는 여곤이 수신하는 과정에서 체득한 내용을 기록한 책입니다. 

    이에 근거하면 이 사람은 자나 깨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을 가장 중요한 일로 여겼고, 항상 자신을 살피고 반성하며 매일 느낀 소회를 기록하는 방식으로 자아를 분석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위의 구절은, 우리 인간사에서 그릇된 판단이 계속되는 까닭은 마음속에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소위 목중지화目中有花, 이중지성耳中有聲, 심중유물心中有物은 다 ‘어두워[冥冥]’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에 속합니다. 그래서 마음이 비어 있지 않고 선입견으로 가득 차게 되면 자연히 자신의 문제를 정시할 수 없고, 나아가 마음속 병의 근원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은 프로이트의 무의식 학설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정신병자에게 자신의 무의식 세계에 쌓인 응어리를 해소하도록 유도하여 마음속의 망견妄見, 망문妄聞, 망의妄意를 제거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동시에 프로이트는 정상인과 정신병자 사이에는 본질적인 구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무의식의 세계의 시달림을 받고 심리적 억압이 있어, 이로 인하여 모두 망견, 망문, 망의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으로부터 우리 각자는 자신의 무의식의 세계를 인식할 줄 알아야 하고 점진적으로 자신의 망견, 망문, 망의를 없애 나가면서 심리적 건강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스스로 자신의 심리치료사가 되어 보십시오. 여러분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서 가장 심하게 아픔을 느끼는 것은 무엇인지, 지난수년 동안 감히 직시하지 못한 것은 무엇이고, 어떤 일이 가장 참기 힘든 일인지를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혹은 관점을 바꾸어 무엇이 지금 가장 강력하게 자신을 지배하는 소망이고, 소망하지만 이룰 수 없거나 혹은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바람인지 생각해 보십시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마음을 다해 생각하고 있는지, 나아가 이성적 태도로 그들을 대하고 문제의 근원을 찾아내어 그들을 정식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이러한 자기 성찰은 진정으로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렇게만 할 수 있다면, 우리의 마음은 한결 가뿐해질 것입니다.

     

     

     

    글. 팡차오후이
    칭화 대학교 인문대학 역사학과 및 사상문화연구소 교수이며 중국인민대학교 공자연구원 겸직 연구원이다. 하버드 대학교 및 서울대학교, 대만의 포광 대학교에서 중국 사상사를 연구 및 강의했다. 대표작으로 《나를 지켜낸다는 것 《문명의 파괴와 탄생: 유학과 중국 현대성 연구》《중국의 학문과 서양의 학문: 현대 중국 학술사 다시 읽기》가 있다.

     

     

     

    👇위 내용은 아래 책에서 발췌했습니다. (슈가슈가 마음 속 TOP3에 드는 책)

     

    나를 지켜낸다는 것

    칭화대 10년 연속 최고의 명강, 수신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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