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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이루는 경이의 존재를 감각하는 끝없는 여정 by 낸 셰퍼드아하 에세이 2024. 9. 25. 17:55
내가 여행에 나선 것은 순수한 애정 때문이었다. 그 애정은 어린 시절 모나들리아흐 산맥 중턱에서 바라본 스고란 두브 너머 협곡의 짙은 보랏빛을 꿈속에 보면서 시작되었다. 손에 잡힐 듯 아른거리는 그 쪽빛 협곡이 나를 평생 동안 산으로 끌어당겼다. 당시 내게 케언곰 산맥에 오른다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영웅만이 해낼 수 있는 전설적 과업이었다. 어쨌든 어린아이가 할만한 일은 아니었다. 춥지만 폭설이 그쳐 쾌청하고 눈부시던 10월의 어느 날, 나 홀로 가슴 두근거리며 안 에일레인 호수 위의 크레그 두브에 올랐을 때도 그것은 여전히 전설적인 과업처럼 느껴졌다. 나는 사과를 훔친 아이처럼 겁먹은 얼굴로 뒤를 돌아보며 올라갔다.
케언곰은 여전히 금단의 구역이었지만 내 평생 그 산맥에 그렇게 가까이 간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엄청나게 흥분해 있었지만, 마지막 산비탈을 힘겹게 올라 에이니흐 계곡 위로 나온 뒤에야 케언곰에 얼마나 가까이 왔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나는 싸늘한 공기를 한껏 들이 마셨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팔짝팔짝 뛰어오르며 웃고 소리쳤다. 새하얗게 반짝이는 고원 전체가 내 두 손 안에 있었다. 눈부시게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햇살 가득한 순백의 풍경이 펼쳐졌다. 그 광경을 들이마시고 또 마셨는데도 아직까지 못 다 마신 것처럼 느껴진다. 그 순간부터 나는 케언곰의 일부가 되었지만, 실제로 산맥에 오르기까지는 이런저런 이유로 몇 년이 더 걸렸다.
나는 그렇게 경험으로의 여정을 시작했다. 내가 원했다는 것 말고는 아무런 동기도 없으며 항상 즐거움을 찾아 떠난 여행이었다. 하지만 처음에 나는 오로지 감각의 만족만을 추구했다. 높이, 움직임, 속도, 거리, 노력, 편안함의 감각. 육신의 욕망, 눈의 욕망, 살아 있다는 자긍심. 나는 산 자체가 아니라 산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있었다. 마치 고양이가 인간을 애무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몸을 인간의 바지 다리에 대고 애무하는 것처럼. 하지만 나도 나이를 먹고 오만이 한풀 꺾이면서 산 그 자체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산의 윤곽과 빛깔, 물과 바위, 꽃과 새들까지 모든 것이 좋아졌다. 이 과정은 수년이 걸렸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타자를 알아가는 일에는 끝이 없다. 그리고 나는 인간이 산을 체험하면서 바위, 꽃, 새에 관해서도 더 많이 알게 된다는 점을 깨달았다. 뭔가를 알아갈수록 알아야 할 것은 더더욱 늘어난다.
불교도가 산으로 순례를 떠나는 이유를 이제야 조금이나마 알겠다. 그 여정 자체가 신을 찾는 방법의 일부다. 그것은 존재 속으로의 여정이다. 산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할수록 나 자신의 삶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을 신처럼 만드는 것은 자아로부터 벗어나는 황홀경이 아니다. 나는 나 자신의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 존재를 안다는 것은 산이 내려주는 최후의 은총이다.
✅ 글: 낸 셰퍼드스코틀랜드의 모더니스트 시인이자 작가. 1893년 스코틀랜드의 디사이드에서 태어나 1981년 사망했다. 1915년에 디사이드 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의 애버딘 교육대학교에서 영어 강사로 41년 동안 일하며 고향뿐만 아니라 애버딘 지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정원 가꾸기와 산지 하이킹에 열심이었고, 디사이드 자연 연구회의 열성 회원으로서 제자나 친구들과 함께 케언곰 산맥을 즐겨 찾았다. 대표작 『살아 있는 산』을 통해 산에 대한 애정과 산의 다채로운 매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그 밖에도 노르웨이,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와 남아프리카 등 지구 곳곳을 여행했지만 매번 어릴 적부터 살아온 고향으로 돌아갔고, 애버딘에서 약 5킬로미터 떨어진 디사이드 북쪽의 웨스트컬츠 마을에서 성인기 대부분을 보냈다. 낸 셰퍼드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며, 2016년 스코틀랜드 왕립은행 5파운드 지폐에 그의 초상화가 실렸다.
✅ 출처: 살아 있는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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