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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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해? by 도대체아하 에세이 2021. 9. 3. 09:33
이 집에 이사 온 지 어느덧 반년도 더 지났습니다. 이사할 즈음 저는 당장 급히 해결해야 하는 다른 일들로 한창 골머리를 앓고 있던 터라, 이사에 크게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이삿짐만 다 들여놓은 후에, 나머지는 살면서 손보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러고는 반년이 후딱 지나버렸습니다. 짐작들 하셨겠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도 저희 집은 ‘이삿짐만 다 들여놓은 상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당장 급히 해결해야 할 일들’이 도무지 끊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일을 해결하면 저 일이 기다리고 있는 날들의 연속이죠. 그래도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이런저런 정리를 해왔지만 제가 바라는 그림과는 거리가 영 멀기만 합니다. 일단 거실 벽 한쪽에 둔 커다란 수납장부터 문제입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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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를 춰봐요 by 도대체아하 에세이 2021. 8. 9. 10:49
제가 대학생이던 시절, 봄마다 열리는 대학 축제 기간엔 각 과와 동아리들이 교정 여기저기에 천막을 펼치고 주점을 운영하곤 했습니다. 소주며 막걸리와 함께 파전이나 순대볶음처럼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음식을 팔았답니다. 가끔 학생들과 친한 교수님들이 주점에 방문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체로는 학생들이 손님이었죠. 주점 앞에 놓인 탁자나 아예 바닥에 깔린 돗자리에 옹기종기 앉아서 술을 마셔대곤 했습니다. 온 학교가 거대한 주점이 되는 기간이었죠. 지금 생각하면 주점이 아니어도 학생들이 함께할 재미난 활동이 많았을 텐데, 아무래도 상상력이 부족한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어쨌거나 제가 있던 동아리에서도 주점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학교로 가는 제 마음은 무겁기만 했습니다. 그날 낮에 막, 썩 좋지 않은 일을 겪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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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의 징검다리 by 도대체아하 에세이 2021. 7. 14. 14:38
책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를 내고 첫 북토크를 할 때였습니다. 제 인생의 첫 북토크였던 데다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무척 긴장했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겨우 이야기를 마치고, 이윽고 참석하신 분들과 대화하는 순서가 왔는데요. 그중 한 분이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공연이나 전시회처럼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다니는 편이고 그로 인해 즐거워지는 것은 맞지만, 집에 돌아가는 길이면 ‘이게 뭐라고…’라는 생각이 들면서 허무해지기도 합니다. 그런 마음이 들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질문을 기억하는 이유는 제가 썩 좋은 답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잠깐 생각하고는 이렇게 대답했던 것이죠.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어쩔 수 없다니, 한심한 답변 아닌가요. 그런 답을 듣기 위해 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