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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상에서 발견한 특별한 디테일
    아하 스토리 2023. 2. 7. 17:46

    일상에서 발견한 특별한 디테일의 힘

    키보드의 F 버튼과 J 버튼을 자세히 보면 작은 돌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보일까 말까 한 작디작은 돌기지만, 우리는 사실 이 돌기에게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양손 검지가 키보드 위에서 기본자세를 유지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키보드를 보지 않고도 돌기를 통해 자판의 전체적인 위치를 가늠하여 정확한 타이핑이 가능하도록 합니다.

    일상에서 발견한 디테일은 이 ‘작은 돌기’와 많이 닮아 있습니다. 사소하고 잘 보이지 않지만 나름의 큰 역할을 하고 있죠. 작은 돌기가 키보드 위 손가락을 잡아당기는 것처럼, 작은 디테일도 고객의 마음을 잡아당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일상 속에서 발견한 ‘작은 돌기’ 이야기를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사무실에서 발견한,

    크기에 민감한 고객을 위한 배려

    큰 알약을 잘 삼키지 못하는 편입니다. 얼마나 못 삼키냐 하면, 알약을 삼키다가 식도를 다쳐 병원 신세를 진적이 몇 번 있을 정도입니 다. 의사 선생님은 저에게 ‘아기 식도’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큰 알약은 가급적 먹지 않도록 권고했습니다.

    그래서 영양제를 구입할 때 알약 크기가 어느 정도일지 몰라서 늘 망설였습니다. 구매 전에는 크기를 알지 못하니, 구매하고 나서 걱정 어린 마음으로 뚜껑을 열어봅니다. 알약 크기가 적당하면 안도의 한숨이, 알약 크기가 너무 크면 ‘이거 어쩌지’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이런 저의 마음을 알아채고 달래주는 브랜드가 있었습니다. 바로 영양제 브랜드 ‘나우푸드’입니다. 나우푸드는 영양제 약통에 실제 알약 크기를 그림으로 표시해두고 있습니다. 영양제를 구매하기 전 에 알약 크기를 소비자가 미리 가늠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나우푸드의 영양제만 구입하고 있습니다. 작은 디테일 하나가 제 영양제 브랜드를 정해준 것입니다. 분명 이 아이디어는 영양제를 먹는 고객을 유심히 살펴보고 알약 크기에 민감한 고객을 위해 고민한 과정 끝에서 나왔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디테일에 ‘아기 식도’ 를 가진 저는 깊은 감동을 받아서 이 브랜드를 제 최애 영양제 브랜드로 삼았습니다.

    이 사례처럼 포장지를 세심하게 다루는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상처에 붙이는 밴드를 만드는 브랜드입니다. 몇몇 브랜드는 밴드 케이스에 실제 밴드 사이즈를 표시하고 있죠. 어느 정도의 크기인지 케이스만으로 가늠하여 상처 크기에 적합한지 아닌지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알약과 밴드는 모양과 크기가 소비자에게 중요하다는 공통점이 있는 제품이죠. 개봉해야 사이즈를 알 수 있는 제품에는 모두 적용해 볼 수 있는 디테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버스에서 발견한,

    친구는 지금 어디쯤 왔을까

    약속 시간이 임박하면 친구와 이런 대화를 주고받습니다.
    “어디쯤 왔어?” “어, 이제 출발해."

    일부 자동차 브랜드에서 제공 중인 실시간 위치 공유 서비스처럼 서로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공유해 주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발할 때 위치 공유를 설정하면 상대방이 어디쯤 왔는지 계속 물어보지 않아도 되니 편리할 듯했죠. 제 아이디어를 들은 친구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이미 카카오맵에 있어.”

    정말 그랬습니다. 카카오맵에서는 공유 시간을 설정한 뒤 위치를 공유하면 상대방이 제 위치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카카오맵은 2019년 11월에 이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더 이상 카카오 톡으로 “어디쯤 왔어?”라고 물어볼 필요가 없어졌죠. 약속 장소 가까이 왔지만 찾아오지 못하는 친구에게 “거기 그대로 있어”라고 말 한 뒤 친구가 있는 곳으로 찾으러 갈 수도 있죠. ‘주변에 뭐가 보여?’, ‘큰 건물 이름 말해봐’와 같은 대화가 불필요해집니다.

    이 기능의 후기를 살펴보니 흥미롭게도 단체 등산객이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등산을 하다 보면 거리 차가 자연스럽게 생기는데요. 이 기능을 이용하면 일행이 현재 등산로 어디쯤 오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함께할 때 거리 차가 생기는 자전거 라이더에게도 유용한 서비스이며 밤늦은 시각 지인의 안전 귀가를 확인하는 목적으로도 사용된다고 합니다.

    조금 유치한 비유일지 모르지만 기술은 불과 같습니다. 잘 사용하면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몸을 데우는 수단이지만 잘못 사용하면 모든 것을 태우는 화마로 이어지죠. 이러한 위치 기능은 서로의 위치를 손쉽게 공유할 수 있지만 사생활 노출의 우려도 있습니다. 카카오맵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대 1시간까지만 위치를 공유하도록 설정하는 디테일도 반영했습니다. 고객이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기 전에 예상하고 방지하는 것도 기획자의 일일 것입니다. 고객을 위해 등장한 서비스가 오히려 고객을 해하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편의점에서 발견한,

    플라스틱 얼음컵이 환경을 해친다면

    편의점에서 얼음컵을 구매해본 적이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입니다. 시원한 음료를 간단히 마시고 싶을 때 음료와 얼음컵을 같이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죠. 특히 더운 날씨에는 얼음컵이 더욱 잘 팔립니다. 하지만 얼음컵을 이용하면 죄책감이 들기도 합니다. 바로 사용하고 나서 버려지는 ‘플라스틱’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죄책감을 조금은 덜 수 있게 됐습니다. 세븐일레븐에서 편의점 업계 최초로 종이 재질로 만들어진 아이스컵을 출시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에코얼음 컵’입니다.

    에코얼음컵은 FSC 산림 인증 종이를 사용해 분리수거가 가능 합니다. 일반 종이류로 버리면 되죠. 또한 에코얼음컵에 사용된 ‘솔 코트’ 코팅이라는 소재는 일반 종이컵 대비 수분투과율이 30% 이상 낮아 내수성이 뛰어납니다. 그래서 일정 기간 내용물 보존이나 온도 변화에도 물성 변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종이로 만 들어져 있어 컵 겉면이 흐물흐물해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에코얼음컵이 더욱 인상 깊었던 점은 기존 아이스 얼음컵과 같은 가격이었다는 것입니다. 같은 가격이라면 이왕 환경에 더 좋은 에코얼음컵을 사용할 수 있도록 고객의 소비 행동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죠. 보통 친환경 제품이 일반 제품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되어 가격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는 모습과는 달랐습니다.

    에코얼음컵에 관해 다른 고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후기를 살펴보니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습니다. ‘같은 가격이면 다홍치마라는 생각에 에코얼음컵을 골랐다’, ‘아이스컵이 필요하다면 이 에코얼음 컵을 파는 편의점으로 가겠다’ 등의 의견이 있었습니다. 편의점마다 큰 차이가 없었던 아이스컵이 친환경을 입자 편의점 브랜드의 시그 니처 상품이 되었고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의 방문을 유도했습니다.

    《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미래의 창, 2021)의 저자인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김병규 교수는 플라스틱 문제가 더욱 더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발전하고 소비자들이 기업과 브랜드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MZ세대 소비자들은 진실한 브랜드를 원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새로운 세대는 윤리적인 운영과 마케팅을 요구합니다. 특히 환경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나서는 브랜드를 응원하죠. 진정성 있는 브랜드의 제품을 소비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이 편의점 브랜드의 에코얼음컵을 들고 가는 분이 있다면 흘깃 쳐다보며 이렇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네’라고 말이죠. 친환경도 분명 제품을 차별화하는 디테일이 될 수 있고 더 나아가 구매를 결정짓는 제품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우리는 친환경적 사고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 생각노트의 더 많은 일상 속 디테일은 <디테일의 발견> 책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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