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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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틴, 삶을 지키는 나만의 고유한 패턴 by 이광민아하 에세이 2023. 4. 27. 19:55
기억을 더듬어 보면 처음 불렸던 내 별명은 ‘거북이’였다. 솔직히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아마 또래보다 걷는 게 느렸기 때문이 아닐까? 항상 등교 시간에 빠듯하게 도착했다. 지각을 밥 먹듯 했고 그건 다 커서도 마찬가지였다. 바쁘게 서두르지만, 아침 일정은 항상 여유 없이 도착하거나 살짝 지각! 지각 대장이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늦게 일어나니까. 학교 성적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음에도 잦은 지각 탓에 나에 대한 인식은 게으름뱅이였다. 지각도 그렇지만 공부나 숙제도 바로바로 하기보다는 미루어뒀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몰아서 하는 식으로 살았다. 의과대학을 다닐 때도 그랬다. 우리 때는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시험이었는데 남들은 매일 꼬박꼬박 공부한다면 나는 수요일쯤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시험 전날인 금요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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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시간이 허무한가요? 월말결산을 하면 생기는 일 by. 김신지아하 에세이 2023. 4. 6. 15:10
생각해보면 기록 생활을 시작한 건 나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해야 하는 일들에 쫓기다 보면 하루가 허무할 만큼 빨리 흘렀다.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고 창밖을 바라보면 어느새 해가 저물고 있던 날들. 일할 시간은 있지만 내 삶에 대해 생각할 시간은 없는 채로 피곤에 지쳐 잠들기 일쑤였다. 그런 날들이 쌓이자 점차 방향을 잃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분명 나에게 필요한 일들을 하고 있는데, 열심히 살고 있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데, 자주 허무했다. 시간의 거센 물살에 휩쓸려 나라는 조각배가 떠내려가고 있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몇몇 기록을 시작한 건 루틴이라든가 갓생이라든가, 이미 열심히 살고 있는데 또 하나의 열심을 더하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내 삶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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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꾸준하지 못할까? 고민하는 사람에게 by. 김신지아하 에세이 2023. 3. 9. 16:51
할 일 말고 ‘한 일’을 기록하라는 말의 진짜 뜻 ‘리추얼 플랫폼에서 2년째 기록 리추얼을 운영하고 있다. ‘나만의 기록 서랍 만들기’라는 이름 아래, 각자 자신만의 기록 주제와 장소(서랍)를 정하고 매일 저녁 따로 또 같이 일상을 기록하는 리추얼이다. 나의 작은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지만 혼자서는 꾸준하기 어려워서, 팍팍한 일상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고 싶어서, 내 하루가 어떤 디테일로 이루어져 있는지 살펴보고 싶어서.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 3주 동안 자신의 기록을 인증하며 일상을 나눈다. 같이 하면 혼자 하는 것보다 낫긴 하지만, 매번 인증률 100%를 달성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여러분, 꾸준히 하는 게 어려운 건 원래 국룰이에요!” 하고 위로해보지만 그다지 위로가 되진 않는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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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바로 글쓰기를 시작하는 2가지 방법 by. 이진선아하 에세이 2023. 1. 25. 15:27
지금까지 5개의 칼럼을 통해 커리어 브랜딩의 중요성, 나만의 테마를 만드는 법, 브랜딩 글쓰기의 요소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브랜딩의 중요성과 내용을 이해했다고 해서 저절로 글쓰기가 수월해지는 것은 아니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글쓰기를 시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지막 칼럼을 쓴다. 글을 쓰는 것은 또 하나의 역량이다. 훈련하지 않으면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무엇을 쓸지 주제와 소재를 생각해야 하고, 어느 정도의 분량으로 쓸지, 어떤 구성으로 전개할지, 독자에게 어떤 가치를 전할지, 이 글을 통해 무엇을 얻을지, 어떤 문장으로 시작해서 어떤 문장으로 마무리할 것인지 복잡하고 세세한 사고 작용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손가락으로 구현하는 것이 글이다. 그래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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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의 주인은 누굴까 by 김민철아하 에세이 2023. 1. 2. 13:34
여기, 어젯밤 열심히 생각한 아이디어가 있다. 오늘 아침 지하철 안에서 번뜩인 아이디어도 있다. 잠깐 내가 천재가 아닐까 생각하게 만든 아이디어도 있다. 그리고 그 옆에 다 완성하지 못한 채로 내민 아이디어도 있고, 부끄러워서 차마 아는 척하고 싶지도 않은 아이디어도 있다. 그 모든 아이디어들이 회의실 책상 위에 사이좋게 놓여 있다. 이 아이디어들의 공통점은 오직 하나. 방금 원래의 주인을 떠났다는 것. 그게 어떤 아이디어건 간에 당신이 당신의 아이디어를 말하는 것과 동시에 회의실 안의 구성원 모두가 아이디어들의 주인이 된다. 혼란스러운가? 하지만 이 원칙에 동의해야만 회의는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 상상해보라. 처음 자기 아이디어만 고집하는 한 사람을. 마치 자기가 낸 아이디어만이 정답인 양 우기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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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 글쓰기의 재료 3가지 : 경험, 지식, 사유 by. 이진선아하 에세이 2022. 12. 9. 14:16
좋은 글의 재료 3가지 : 경험, 지식, 사유 보통 이력서나 경력기술서를 쓸 때 가시적인 수치로 증명할 수 있는 스펙과 경험을 쓰도록 강요당한다. 그렇지만 실제로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내적 자산이 필요하다. 일을 맡았을 때 끝까지 해내는 책임감, 성실함, 소통하는 능력, 갈등에 대처하는 능력, 창의력 등이 그렇다. 서류상 몇 가지 단어나 말로는 이를 증명하기 너무 어렵다. 커리어 브랜딩 글쓰기는 내 안에 있는 보이지 않는 역량들을 글이라는 도구로 증명하는 수단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유명해 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대상에게 나를 증명하기 위해 쓴다. 그렇다면 커리어 브랜딩을 위한 글쓰기의 관점에서 좋은 글이란 무엇일까? 글쓰기를 하거나 브랜딩을 할 때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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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테마를 설정하는 일 by. 이진선아하 에세이 2022. 11. 28. 11:37
테마 찾기의 다른 말, 독자 찾기 브랜딩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장벽은 테마다. 테마 정하기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글로 쓸 수 있는 테마가 없는데 어떻게 찾아야 하나요?" “쓰고 싶은 글과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이 다르면 어떡해야 하나요?” 어느 경우든 브랜딩을 위한 테마를 생각할 때 반드시 전제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브랜딩 글쓰기는 곧 온라인 글쓰기라는 점이다. 우리는 왜 일기장이 아닌 온라인에 글을 쓰는 걸까? 혼자 보는 글이 아닌 공개 글쓰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분명히 인지하지 않으면 브랜딩을 위한 테마는 결코 정할 수 없다. 일기와 공개글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독자의 존재 유무다. 혼자 보고 만족하는 글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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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기둥 세우기 by 김민철아하 에세이 2022. 10. 28. 10:54
팀장이 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나의 오랜 팀장님과 업무 미팅을 가던 길에 내가 입을 열었다. “김민철이 팀원이라서 정말 좋으셨겠어요.” 얘는 또 왜 이러나,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나 싶은 표정으로 나의 오랜 팀장님은 나를 바라보셨다. 해명이 필요하다. “저는 참 말을 많이 했잖아요. 회의시간에도 언제나 제일 먼저 말하고, 남의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제일 먼저 입장을 밝히고. 팀장이 되고 나니까 회의 시간에 꼭 허허벌판에 서 있는 기분이더라고요. 어디로 가야 할지, 어디에 답이 있는지 하나도 모르겠고. 근데 있잖아요. 누가 말한디라도 해주면 그 허허벌판에 기준이 하나씩 서더라고요. 그 느낌 아시죠?” “알지. 너무 잘 알지.” “좋은 의견이면 쓰러지지 않을 튼튼한 기준이 되고, 말도..